다시 시작하기

교육 6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나의 교육경력이 만으로 5년째에 들어서는 해이다. 5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닌데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초등교사로서 '그동안 나는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전문성을 가지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이어졌다. 대답은 글쎄.

내가 처음 발령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받게 된 업무는 나이스, 방송, 청소년 단체였다. 요즘 신규, 저경력 교사라면 누구나 하는 그런 흔하고 힘든 업무들이다. 그리고 2012년부터는 학교에서 '부장님'이라 불리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 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이라 불리는 게 더 좋았다. 그렇지만 '부장님'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안 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학교에는 흐르고 있어 나도 '부장님'들은 '부장님'이라 부르고 있다.

이제 와서 후배 교사들에게 연수를 하라고 한다면 '공문서 작성법', '나이스 활용법' 같은 것은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수업에 관해서, 학급 경영에 관해서 연수를 하라고 한다면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5년이 전문성을 신장시키기에 다소 짧은 기간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교육에는 정답이 없으니까.'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사실 작년 한 해 동안 스마트교육과 관련된 모든 강의를 마다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물론 스마트교육의 개념은 뭐고, 21세기 핵심역량은 뭐고, 디지털 교과서는 뭐고, 구글 문서도구는 이렇게 쓰는거고, 아이패드는 이렇게 쓰면 되고, 이런 수업 사례들이 있고. 다 설명하며 다닐 수는 있지만 그럴때마다 마음 한 켠이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스마트교육 중앙선도교원'이라는 감투를 쓰고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면서 교육에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시각에서 교육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나의 교육경력에 있어서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나의 생각을 더욱 부추겼다. 언론의 진실 왜곡 문제, 철도 민영화 문제, 공권력 남용,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등은 내가 상식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많은 개념들이 더이상 상식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까지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를 다 하고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동시에 '내가 잘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인 절차 대신 힘으로 탄압하고 권력 앞에 굴복하게 하는 것은 비단 우리 사회의 모습만이 아니라 우리의 교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닐까? 나 또한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그런 존재는 아니었을까?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착실하고 순종적인 아이들을 우리는 '모범생', '착한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문제아' 취급을 하며 언성을 높이고 무시하고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작년 겨울, 일정 연수를 받으면서 정말 아쉬웠던 점은 지금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선생님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도 오직 승진을 위한 '경쟁', '암기 위주의 평가'를 한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져 다른 사람이 지각을 했는데도 걸리지 않으면 신고를 한다. 요즘은 더 심해져서 수업 중에 휴대폰 사용도 금하고 화장실도 못 가게 한다고 한다. 인권침해의 소지까지 있는 부당한 지시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암묵적으로 모두들 그 규칙에 순응해가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그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생님들조차 길들여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된다.

이렇게 길들여진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의 교육이라면 교육은 분명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 명, 한 명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춘 학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사가, 선생님이, 스승이 되고 싶다.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토론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열심히 뛰어 놀고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나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한 명의 선생님이 되고 싶다.

마침 오랜만에 많은 시간이 주어진 방학을 보내고 있다. 나만의 교육관, 교육철학을 세우고 학급 경영 전반을 다시 설계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공부를 시작해볼까 한다. 여기 있는 책들이 그 첫 번째 대상이다. 항상 계획을 세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말을 뱉는 것은 쉽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스토리두잉이 될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계신 선생님들께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동참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