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

생각 2분
"배우는 자가 스스로 전공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아마 그 전공의 자유라는 게 성립되겠지. 그렇지만 그것은 외관상의 자유일 뿐이고 실은 대개의 경우 선택은 학생 자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그 가족들에 의한 것이고, 많은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정말로 그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두느니 차라리 자기 혀를 깨무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거든. (...) 자유가 있다고 해 두지. 그러나 그것은 전공 선택이라는 그 한 가지 행위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야. 그러고 나면 자유는 끝이지. 대학에서 공부를 할 때는 이미 의사나 법률가나 기술자가 되기 위해 꼼짝 못할 교과 과정으로 떠밀려 들어가고, 여러 시험을 치러야 간신히 그 과정을 끝내게 되네. 시험에 합격하면 면허장을 받고, 그러면 이제 다시 자기 전공대로 나아갈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그러나 그럼으로써 그는 저속한 힘의 노예가 되어 성공이니 돈이니 명예니 공명심이니 하는 것 따위에 매달리고, 남의 마음에 드는 일 따위에 좌우되게 된다네. 선거에 끼어들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계급과 가족과 파벌과 신분 따위의 가차 없는 경쟁에도 뛰어들지 않을 수 없지. 그 대가로 그는 성공하거나 부자가 되어 패배한 자들의 증오를 받거나 아니면 그 반대가 될 자유를 얻는 것일세."

-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중

인간이 만들어 낸 또는 합의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라고 볼 수 있을까? 얼핏보면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질 것만 같지만 실상 내가 자유로운 존재로서 의지를 가지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함을 느낀다. 문화, 풍습, 통념, 도덕적 가치들 또한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