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 일주

독후감 3분

리디북스 책장의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먼저 고른것은 순전히 '세계 일주'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해외 여행을 다녀보기 전에는 잘 몰랐던 여행에 대한 이상, 설렘, 기대감, 낯섬, 향수 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800년대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국의 한 신사인 필리어스 포그가 80일 안에 전세계(엄밀히 따지면 전세계는 아니지만)를 돌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내기를 하고 급히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

하지만 포그의 행적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많은 것들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애시당초 내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교통수단을 갈아타며 맹목적으로 이동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기 때문이다. 비행 기술의 발달로 지구 전체가 1일 생활권에 접어든 요즘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과정들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그씨의 모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내기에서 이기느냐 지느냐하는 이야기의 결말보다도 포그씨의 성품과 행동 그 자체였다. 끊임없이 들이닥치는 위기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기 보다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어서 오히려 당황스럽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나 자신의 하인 파스파르투나 인도에서 제물로 받쳐질뻔한 여인 아우다를 구하기 위해 한치도 망설이지 않는 점 등을 통해 기사도 정신과 더불어 노블레스 오블리주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필리어스 포그 씨?」 「접니다.」 「이 사람은 하인입니까?」 경찰이 파스파르투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네.」 「두 분 모두 따라오십시오.」 포그 씨는 놀란 기색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경찰관은 법의 대리인이고, 모든 영국인에게 법은 신성했다.

더불어 이렇게 법과 공권력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다.